2005년 10월 28일 (금) 14:20   일간스포츠
모래…돛이 될까 덫이 될까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모래 바꾼다고 설마 경주 판도가 바뀔까?"

이달 17~18일 서울경마공원 외주로에 모래 보충 공사가 대대적으로 있었다.

이에 따라 경주 판도 변화에 대한 경마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주로의 상태는 경주 결과를 추리하는 데 핵심 변수 중 하나. 비가 와서 "경주로가 젖기라도 하면 선행마가 유리하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경주로의 상태가 경주마의 레이스 전개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가정 아래 전해오는 경마계의 통설 아닌 통설이다.

경주로의 모래는 이번이 아니어도 수시로 보충되어 왔다. 하지만 조성된 지 13년이 지나 최근 단단해지고 불량해지는 등 경주로 노화에 대한 지적이 잦아져 대대적 보수 작업을 하게 된 것. 특히 이번에 모래 보충이 이루어진 곳은 직선 홈 스트레치 구간으로 외주로 가운데 결승선 직선 주로 내측 펜스부터 12m 지점까지, 결승선 반대편 직선 주로는 내측 펜스부터 8m 지점까지다. 으깨진 모래 가루와 마사토가 혼합되어 단단해진 층을 걷어내고 새 모래를 보충했다. 투입된 모래 양도 15톤 덤프트럭으로 물경 33대 분량.

KRA 주로 환경팀은 이번 모래 보충으로 인해 완충 작용이 강화되고 배수 기능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리.정강이.무릎 찰과상을 비롯한 부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미끄러짐이 적어져 비오는 날 기승이 용이하므로 고참급 기수에게 유리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주로가 전에 비해 푹신푹신해지기 때문에 경주마의 기록도 과거 기록보다 다소 늦어지게 된다.

푹신푹신한 주로는 보통 단단한 주로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온 선행마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모래 보충이 결승선 부근 직선 주로에서 이루어진 만큼 경주 초반부터 전력 질주해 온 선행마들은 막판에 힘이 부족해 뒤로 밀려나고,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 강한 추입마들은 오히려 유리해지는 환경이 된다. 추입마 역시 경주 막판 추입만을 노리다가는 의외로 힘을 받지 못해 그대로 후미에 머무는 일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음이 있으면 양도 있는 법. 이번 경주로 보수 공사로 인해 막판 역전 승부가 많아지면서 경주가 더 박진감이 넘치고 의외의 결과가 속출할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 더욱이 겨울철은 원래 주로의 변화가 심하고 통계적으로도 고배당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이어서 모래 변수가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5년간 모든 승식에서 100배 이상의 배당이 나온 경주를 계절별로 분석한 결과 12월과 2월 사이에 999배당이 터진 경우가 가장 많았다. 월별 '999 배당'은 8월 39회, 12월 34회, 1월 31회, 2월 29회를 각각 기록, 겨울철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낮은 기온과 눈보라 등의 영향으로 경주로의 변화가 심해 변수가 대폭 늘어나는 것이 그 이유다.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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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8 13:44 2005/10/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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