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워(Man O′ War)
“역사를 다시 쓴 말”

1917년 3월 29일, 켄터키의 렉싱턴에서 약 3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거스트 벨몬트(August Belmont) 소령 소유의 너서리 목장(Nursery Stud)에서는 쌀쌀하고 습기찬 겨울 안개가 마방 주위로 깔린 가운데 자정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의 어둠 속에서 암말 마후바(Mahubah)가 밤색 수망아지를 출산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너서리 목장의 업무일지 939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입되었다. “1917년 3월 29일-마후바가 페어플레이(Fair Play)와의 사이에서 밤색 수망아지 출산. 이마에 반점, 그 오른쪽에서부터 코 한가운데까지 가느다란 줄무늬 반점. 신장:42, 허리둘레:33.”

귀족 경마 가문인 벨몬트가1) 출신이었던 벨몬트 2세는 당시 뉴욕에 있었는데, 그날 오후 한 통의 전보를 받았다. “마후바가 잘 생긴 밤색 수망아지를 낳았음.”

예순살이 넘은 벨몬트는 보통 때라면 자신이 무척 아끼는 너서리 목장의 일에 전적으로 몰두해 있었겠지만, 당시는 세계대전쟁에 미국이 개입함에 따라 그도 어쩔 수 없이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보병으로 복무를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는 소령의 직위로 해외 파견군의 마필을 확보하고 훈련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던 것이다.

마필 생산자였던 벨몬트는 기회를 즐기며, 틀에 박히지 않은 일을 했다. 그 밤색 망아지가 태어나던 3월 29일에도 벨몬트는 마후바와 페어플레이 사이에서 잘못하면 성미가 고약한 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 페어플레이는 ‘미치광이’헤이스팅스(Hastings)의 자마이다2) - 한편으로는 괜찮은 경주마를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벨몬트 소령은 이전까지 자신의 1세마들을 판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1918년 전쟁으로 인해 해외로 나갈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씨암말로 쓸 망아지 6마리를 제외한 너서리 목장의 1세마 21마리 모두를 비공개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한꺼번에 살 사람을 구하지 못해, 결국 소령은 21마리의 1세마 모두를 사라토가(Saratoga) 경매에 내보내기로 했다.

한편 그곳에서부터 수백마일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의 글렌 리들(Glen Riddle)에 위치한 글렌 리들 목장에서는 루이스 퓨스털(Louis Feustel)이 목장주 새뮤얼 리들(Samuel D. Riddle)의 조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퓨스털은 젊은 시절 오거스트 벨몬트의 너서리 목장에서 성장하며 일을 배운 사람이다.3) 그가 사망하기 1년 전인 1969년, 여든다섯살의 퓨스털은 터프 앤드 스포츠 다이제스트(Turf & Sport Digest)에 당시 벨몬트가 내놓은 1세마들을 모두 사기 위해 얼마나 리들을 졸랐는지에 대해 털어 놓았다. 그는 특히 마후바의 망아지를 비롯한 3마리의 말들을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리들은 자신의 이웃이자 말고기에 관해서는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던 마이크 댈리(Mike Daly)의 충고를 듣고는 그것을 거절하고 만다. 한 달 보름이 지난 1918년 8월 17일 어느 토요일, 사라토가 경매에는 너서리 목장의 1세마들 21마리가 모두 나왔다.

리들은 그 경매에 참가하여 벨몬트가 내놓은 말들 가운데 퓨스털이 점 찍어둔 3마리의 망아지 중에서 두 마리를 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마후바의 망아지가 경매에 나오자 입찰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리 와서 여기 앉으세요, 샘(Sam). 저는 루이(Louie)를 위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이 망아지를 사고 싶어요.”

리들은 결국 그 망아지를 5,000달러에 구입했다.4) 그때의 경매를 살펴보자. 1918년 사라토가 경매에서 팔린 1세마들의 평균 가격은 1,107달러였으며, 여섯 마리의 망아지들만이 5,000달러 이상에 팔렸다. 그리고 1918년의 그 경매에서 1만5,600달러라는 최고가에 팔린 말은 스위치(Switch)라고 불린 수망아지였는데, 나중에 이름을 골든 브룸(Golden Broom)으로 바꾸게 된다.

자신이 특별히 원했던 3마리를 모두 데리고 리들이 펜실베이니아의 목장으로 돌아오자, 퓨스털은 그들을 순치시키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경매에 내보내기 전 벨몬트 여사가 남편의 부재 중에 그 망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이 있었지만5), 마후바의 그 아들은 훈련을 받던 처음 몇 달 동안은 그저 ‘마후바의 망아지’로만 불렸다. “순치시키기 힘든 말이었습니다. 안장을 얹기도 어려웠죠.” 퓨스털이 얘기했다.

그는 “먼저 뱃대끈을 조금 단단하게 죄고 나서 주위를 걸어보게 했습니다. 그런 후 그것을 다시 한 번 더 조인 다음 또다시 걸어보게 했습니다. 만약 뱃대끈이 제대로 잘 죄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그대로 뛰어올라 마방 밖으로 달아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라고 얘기했다.

퓨스털의 동생도 그 마사에서 일을 하곤 했었는데, 자신의 빨간 머리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자주 ‘레드(Red)’라고 불렸다. 그리고 퓨스털이 이야기하기를 그 마후바의 밤색 아들도 글렌 리들 목장의 모든 사람들이 ‘레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말이 16핸드 이상 자라자, 그는 ‘빅 레드(Big Red)’로 불리게 된다.

1919년 봄, 그 망아지는 핌리코(Pimlico)의 아브르 드 그레이스(Havre de Grace)에서 훈련과 조교를 받는다. 그러나 퓨스털이 그의 육성을 천천히 하였기 때문에, 경주마로서의 데뷔는 그해 중반에 가서야 이뤄지게 된다.

퓨스털은 마후바의 아들이 첫 경주를 치르기 바로 전날 자신이 큰 걱정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훈련도 훌륭하게 해내고, 계시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던 그 밤색 망아지가 갑자기 아침 훈련에서 자신의 마방 동료인 디나 케어(Dina Care)에 5마신이나 뒤진 채 들어왔기 때문이다. 훈련 기수는 사람들이 다음날 더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디나 케어가 그를 쉽게 이기도록 내버려 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퓨스털은 확신을 하지 못하고 다음날까지 계속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1919년 6월 6일, 드디어 주로에 등장한 마후바의 아들이 벨몬트 파크 직선 주로를 달리는 미승리마 경주(maiden race)에서 5펄롱을 59초에 주파, 득의양양하며 6마신의 낙승을 거둔 것이다. 그에게 걸린 배당은 3-5였다. 그것이 바로 마후바의 망아지 이름(맨오워)이 출마표에 처음 나타난 때였다. 그 이름은 그 날의 경마팬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큰 의미로 바뀌게 된다. 맨오워는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이후부터는 큰 대상경주에만 출전을 했다.

사흘 뒤의 킨 메모리얼(Keene Memorial) 스테이크스, 그리고 11일을 쉬고 나서 출전한 유스풀(Youthful) 스테이크스에서 우승의 기록들을 쌓아감에 따라 그에게 요구되는 부담중량 또한 올라갔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의 네번째 경주인 허드슨(Hudson) 스테이크스에서 130파운드를 짊어졌는데, 2세마가 부담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중량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부담중량이 21파운드나 적은 바이올렛팁(Violet Tip)을 1과 1/2마신 차이로 누르고 우승을 하였다.

1919년 8월 13일, 그는 자신의 여섯번째 경주인 샌퍼드 메모리얼(Sanford Memorial)에서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다.6) 출발이 좋지 않아 10마신이나 손해를 봤고7), 곧 무리를 따라잡았지만, 레일쪽을 파고들다가 다른 말들에게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에게 패배를 안겨준 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업셋(Upset)이라는 말이었는데8), 맨오워는 이후 다른 여섯번의 경주에서 그를 만나 설욕을 한다. 그는 켄터키더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소유주였던 샘 리들이 켄터키까지 말을 보내는 것을 꺼렸을 뿐만 아니라 이제 겨우 3세마가 된 말이 5월에 10펄롱을 뛰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9) 대신 맨오워는 동부에 머물며 프리크니스(Preakness)에 대비했다. 그해의 켄터키더비에서는 17마리가 출전하였는데, 폴존스(Paul Jones)가 업셋을 머리 차이로 누르고 우승을 하였다. 그리고 열흘 뒤에 열린 프리크니스에서 더비에 출전했던 몇 마리의 말들이 맨오워에게 도전을 했지만, 맨오워는 출발선에서의 머뭇거림에도 불구하고10) 업셋과 와일드에어(Wildair)에 1과 1/2마신 차이로 앞서며 승리하였다.

1920년, 3세마 시절에도 맨오워는 불패의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각종 기록들을 경신해 갔다. 위더스(Withers)에서는 기수인 클래런스 커머(Clarence Kummer)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1마일 미국 기록을 0.4초 앞당기는 1분35초08의 기록을 세웠다. 또 벨몬트스테이크에서는 1과 3/8마일을 2분14초에 달렸는데, 이 기록은 향후 50년간 깨어지지 않았다.11)

열흘 뒤의 스타이비선트(Stuyvesant) 핸디캡에서 맨오워는 자신보다 32파운드나 적은 중량을 짊어진 옐로핸드(Yellowhand)의 도전을 받게 된다. 그에게 걸린 배당은 1-100으로, 만약 100달러를 걸어 맨오워가 이기면 101달러를 돌려받는다는 뜻이다.12) 맨오워는 거침없이 처음부터 5마신을 앞서 나가더니, 결승 주로에 접어들면서 8마신 차이로 격차를 벌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애퀴덕트(Aqueduct)에서 열린 드와이어(Dwyer) 스테이크스에서 맨오워는 자신의 호적수를 한 마리 발견할 수 있었는데, 다름아닌 휘트니 목장(Whitney Stables) 출신의 존그리어(John P. Grier)13)였다. 그 경주에서 그리어가 맨오워에게 무섭게 도전해 오자, 커머는 처음으로 채찍을 사용하였다.

결국 맨오워는 승리를 향해 내달리며, 새로운 미국 기록인 1분45초20을 수립하게 된다.


글 배기한 제2육성목장 전담반 대리


주1)
원래 뉴욕의 제롬 파크(Jerome Park)였던 벨몬트 파크와 벨몬트스테이크스는 그의 아버지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주2)
두 마리 모두 성격이 고약하고 변덕스러웠지만 엄청난 부담중량을 짊어졌던 말들이었다. 페어플레이의 성격과 조화를 맞추기 위해, 벨몬트는 영국 트리플 크라운을 제패한 록샌드(Rock Sand)의 딸 마후바와 그를 짝지어 주었다. 마후바의 조상들은 점잖았을 뿐만 아니라 총명하기까지 했다. 또한 마후바는 페어플레이와의 사이에서만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페어플레이의 아내’라고 불렸다.
주3)
그는 마후바, 페어플레이, 그리고 헤이스팅스를 훈련시킨 사람이다.
주4)
리들은 만약 그 덩치 큰 밤색 망아지가 경주마로서 성공하지 못하면, 장애물경주용 말로 훈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주5)
그는 전쟁의 와중에 태어났기 때문에 벨몬트 여사로부터‘ 맨 오워’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6)
경주가 열린 사라토가(Saratoga)는 이 날 ‘ 반전의 경마장’‘ 우승예상마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주7)
출발 깃발이 떨어졌을 때, 맨오워는 출발선에서 신호를 보지 못한 채 배회하고 있었다.
주8)
당시 업셋의 부담중량은 맨오워보다 15파운드가 적었으며, 반마신 차이였다. 그리고 업셋은 다른 어느 말도 감히 넘보지 못한 이 한 번의 우승으로 경마사에 영원히 기억되게 되었다.
주9)
샘 리들은 나중에 워애드머럴을 출전시킬 때에는 생각을 고쳐 먹게 된다.
주10)
그의 이런 악벽은 그가 물려받은 집안 습관으로 알려져 있다.
주11)
당시 그에게 도전을 한 말은 도나코나(Donnacona)라는 말로 워클라우드(War Cloud :1918),서바톤(1919)에 이어 사상 세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했던 말이다. 그리고 맨오워가 세운 기록은 서바톤의 종전 기록을 3초나 앞당긴 것이었다.

주12)
그가 뛰었던 총 21번의 경주 중 3번의 경주에서 북메이커 배당률이 1-100으로 나왔다.
주13)
그리어는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업셋과 더불어 맨오워의 그늘에 가려 존재가 무색해진 말이다. 그는 드와이어에서 신기록을 세운 맨오워에 불과 1과 1/2마신 뒤졌으며, 당시 자기 또래의 말들 중에서 두번째로 우수한 말이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
2006/01/03 23:17 2006/01/0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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